모두 헛소문
22기 옥순은 임신 4개월에 남자와 헤어지고 혼자 출산을 했다. 그만큼 아이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는데 옥순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아이를 위한 집처럼 인테리어가 화사했다. 장난감이 많은 아이 방도 있었다. 아이는 장난감 기차가 둘러싼 침실에서 자고 있었다.
<나는솔로> 22기에서 만난 경수와 옥순은 최종커플이 되었고 촌장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하는 최종 선택 후 라이브 방송에서도 현실 커플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은 방송 내내 순탄치 않았다. 서울과 대전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를 해야 했고 각자 아이도 있었다. 작년 10월 23일 방송 종료 후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헤어졌다는 등 두 사람 사이에 좋지 않은 소문도 무성했다.
흰 머리가 사라진 옥순
그러나 22 옥순의 행복한 표정은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은 추측일 뿐이라고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옥순은 “저는 해외 여행도 오빠랑 처음 가 봤고 오빠가 처음 먹여주는 음식들도 많아요.” 라며 처음 해주는 게 많아서 좋다고 했다. 경수가 끼워준 반지도 공개했다. 옥순은 경수와 사랑에 빠지며 일어난 놀라운 일도 소개했다. 주변으로부터 예뻐지고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자신이 “생지옥에 살았던 것인지” 정수리 부분의 가득했던 흰머리가 모두 사라졌다며 놀라워했다.
사람 사는 집
옥순의 집은 그동안 아이와 단 둘이 살면서, 손님이 찾아와도 차 한 잔 내어줄 텀블러가 없이 썰렁했었다. 아이가 쓰는 이유식 도구만 있던 집에 이제 경수가 찾아옴으로써 살림살이가 늘고 생기가 돌았다. 옥순과 경수, 경수의 딸이 함께한 사진도 있었다. 두 가정은 한 가정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옥순은 늘 아이에게 아빠가 없다는 부채감이 있었는데 이제 그 부채감을 조금씩 덜어내고 있었다. 경수의 아버지는 미래의 며느리가 몸이 약하다며 한약까지 챙겨주셨다. 경수 덕에 화장품도 풍성해졌다. ‘너는 옥순이다, 관리를 해라’ 등 아름다운 잔소리를 경수로부터 듣지만 옥순의 말대로 이제 옥순의 집은 사람 사는 집처럼 되었다.
처음부터 ‘삼촌’ 아니라 ‘아빠’
세 살짜리 아들 선우를 깨우는 옥순.
22옥순 “잘 잤어?” ‘
아이 “엄마 친구들이다.”
아들은 뽀뽀 세례로 옥순을 행복하게 했다. 22옥순의 아들은 묘하게도 경수가 친 아빠라고 해도 믿을 만큼 경수를 빼닮았다.
옥순 “그런 말 들을 때마다 좋죠. 그런 말 들으면 멋있잖아요. 오빠. 선우도 멋있게 커야 하는데.”
옥순은 흐뭇해했다.
옥순의 아들은 "아빠가 누구야?"라는 질문에 "경수"라고 했다. 옥순이 “처음부터 같이 볼 수는 없지 않냐?“ 라며 아이를 떨어뜨려 놓기 힘들어서 자주 볼 수 없다고 했을 때, 경수는 감동적인 말을 했다.
‘나는 처음부터 아이랑 같이 볼 생각이었지 너랑 둘이 데이트할 생각은 없었다.’
경수의 말을 옮기며 옥순은 웃었다. 옥순이 아들에게 경수를 ‘삼촌’이라고 하라 했는데 경수는 처음부터 바로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달이 안 되어서 ‘확실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여 아빠로 부르게 되었다.
이제는 아빠 딱따구리로 읽다
22옥순이 왜 홀로 아이 낳을 결심을 하고, 홀로 키울 생각을 했는지 옥순이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었다. 옥순의 아들 사랑은 눈에 보였다.
22옥순 “다닥탁탁탁 다닥탁탁탁”
엄마가 딱따구리 소리를 내자 아이가 물었다.
아이 “엄마? 뭐해?”
22옥순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고 있지. 다닥탁탁탁. 아빠 딱따구리가 탁탁탁 열심히 쪼아서……”
딱따구리 책을 읽어줄 때 22옥순은 처음으로 아빠 딱따구리라는 원래의 동화책 대로 읽어 주었다. 아들이 지금보다 어렸을 때 옥순은 ‘아빠’가 무엇인지 아들이 물어볼까 봐서 여자 딱따구리 남자 딱따구리로 읽었다. 이제는 ‘아빠’로 아들에게 읽어줘도 된다. 그렇게 “읽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아요.”라며 옥순은 행복해했다. 22옥순은 엄마 딱따구리가 되어 아이와 함께 아빠 딱따구리 그림을 보며 행복하게 책을 읽었다.
대전에 온 아빠 딱따구리
금요일, 아빠 딱따구리는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이동 중이다. 엄마 딱따구리는 그 시간에 화장을 했다.
22옥순 “오빠 만나러 가는 길은 늘 좋아요. 운전하는 그 길이 제일 좋아요. 진짜. 빨리 만나고 싶다. 뭘 하고 싶다라는 생각보다는 둘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그 설렘이, 딱 오빠 앞에만 서면 여자가 되는 기분이에요.”
오송역에서 경수를 기다리는 옥순. 개찰구를 나오는 경수. 경수를 발견하고 옥순은 반갑게 다가갔다.
22옥순 “짐을 이렇게 한가득 갖고 왔어? (웃으며 곧바로) 눈물 나. 나 이제 뻔뻔해졌어”
옥순은 경수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었다. 경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두 사람은 엊그제 보고도 돌아서면 그립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옥순은 깊은 신뢰와 사랑의 마음을 담아 운전하는 경수의 왼팔에 기대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표정이 되었다.
22옥순 “우리 이거(거치 카메라) 있으면 뽀뽀 못 해?”
경수 “못 해.”
그 말에 웃다가 삐지는 옥순.
22옥순 “왜 그러냐. 진짜. 안 해 줄 거야. 다시는. (뽀뽀) 하지 마.”
경수 “내가 하면 되지.”
22옥순 “안돼.”
옥순은 ‘오빠가 밖에서는 손잡는 것도 꺼린다’며 사람들이 알아보면 멋쩍어 해서 ‘캐나다에서 살다온 사람 맞는가?’라며 놀린다고 한다. “거기는 인사가 뽀뽀야.” 라며 옥순이 말하지만 경수의 딸이든 자신의 아들이든 아이들 앞에서는 뽀뽀를 안 한다. 하지만 옥순은 둘이 있을 때는 안고 싶고 뽀뽀하고 싶은데 경수는 둘이 있을 때도 자신을 “오래 산 마누라처럼” 대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경수는 ‘22옥순이 여자처럼 안 보이고 와이프처럼 보인다’고 한다. 좋은 점은, 한 사람은 연애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집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라 좋게 생각한다는 것.
아빠와 아들
자동차는 오송역에서 옥순의 아들이 있는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경수는 아들을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옥순의 아들을 보고 웃었다. 무슨 깊은 인연인지 두 사람은 닮았고 피를 나눈 혈육처럼 다정했으며 표정 하나에도 사랑이 넘쳤다. 경수는 자연스럽게 현관 비밀번호를 눌러 세 식구는 옥순의 아파트로 들어갔다.
경수는 오자마자 주방에 들어가서 요리를 했다. 요리를 해주면 아들이 잘 먹어서 해줄 맛도 난다고 하며 자연스럽게 주방에서 요리를 했다. 주방은 오롯이 경수의 공간이고 “제가 하고 제가 생색내는 게 좋아요.”라며 옥순이 주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음식만 먹어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경수는 멕시코 요리를 했다. 경수는 얇은 멕시코 빵인 또띠아에 양파와 고기를 싸서 아들에게 주려고 했다. 그러자,
아이 “양파는 매워.”
겅수 “이거 안 매워. 이렇게 입만 대봐.”
경수는 아이 옆에 딱 붙어 앉아서 살짝 입에다 음식을 대준 후, 자기 입으로 가져가며 아무렇지 않다고 보여준다. 그리고 아이에게 “아아아 야야야야야” 하며 입을 벌리라고 하여 또띠아 쌈을 싸서 입에 넣어 주었다. 아이가 냉큼 받아먹자 옥순은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경수와 아들을 지켜보았다.
다 해주는 경수
옥순은 경수에게 사소한 부탁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경수는 모든 것을 받아 주었다. 몇 개 안 되는 설거지는 옥순이 하고 아이 목욕은 경수가 담당, 다리가 저리다며 내민 옥순 다리 주물러 주기, 목욕하기 싫어하며 떼쓰는 아이에게 거품 목욕을 시키고, 아이가 거품으로 경수를 공격하는 것 허용하기, 방에 데려와서 아이를 둥개둥개하고 장난치며 놀아주기, 아이가 잠잘 때 다독이며 같이 자 주기 등 경수는 다정하게 이 모든 일을 해주었다. 옥순은 “저한테는 진짜 히어로 같아요. 보셨죠. 다 해주잖아요.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사람이에요.” 라며 경수에 대한 커다란 신뢰를 보냈다. 친 아빠도 하기 힘든 헌신적인 아이 돌보기와 집안일을 한 이유에 대해 경수는 담담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옥순이 위대해 보인 경수
경수 “제가 필요한 집이에요. 진짜 그냥 얘는(옥순) 인생의 자기 피죽까지도 다 애한테 다 걸었구나 같은 게 느껴졌어요. 아이를 봤는데 너무나도 밝고 건강한 친구여서 저는 오히려 아이를 보고 더 많이 (옥순이) 좋아진 거 같아요. 되게 위대해 보였고 훨씬 더 예뻐 보였어요. 놓고 싶지 않았다 혹은 옆에 있어주고 싶다. 이게 더 있었던 거 같아요.”
같은 길을 뛰지만 다른 길이 되었다
경수와 옥순은 겨울 하천변을 5km나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함께 달렸다. 이 길은 옥순이 홀로 아이를 키울 때 쓸쓸히 걸으며 보통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던 곳이다.
옥순 “등을 보고 뛰는 게 너무 좋고 좀 힘들었을 때 바라보던 풍경을 오빠랑 같이 보면서 뛰는 거니까.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그 풍경을 보면서도. 거기가 애기랑 저랑 원래 둘이 걸었던 길이에요. 애기 싣고. 가다보면 큰 쇼핑몰이 나오니까. 사람 많은 곳에서 나도 꼭 평범한 사람처럼 그냥 쇼핑하는 애기 엄마처럼 그냥 그렇게 걷다가 들어왔었어요. 혼자. 지금은 마냥 즐거워요. 막. 오빠! 저기 오리 있어! 너무 귀여워! 같이 가. 이러면서 따라 가고. 길이 바뀌었어요. 똑같은 길인데. 제 눈에는 다 바뀌었어요.”
짧지 않은 조깅 코스를 두 사람은 ‘경수’, ’옥순’을 외치고, 경수가 등을 밀어주며 자기와의 싸움을 하며 행복하게 완주했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 한 지 메워지지 않는 갈등의 골이 생긴다. 바로 2세 문제였다. 옥순은 경수의 아이를 낳고 싶어했으나 경수는 생각이 달랐다.
옥순 “그 얘기나 다시 해보자. 우리의 2세에 관한 이야기. 오 씨 가문의 아들을 내가 낳는 거지. 한의사를 시켜야겠네.”
경수 “말이 심해.”
옥순 “진지하게 낳고 싶어 오빠.”
경수 “난 진지하게 낳고 싶지 않아.”
순자의 잠 못 자는 일상
전라북도 완주군 새벽 6시. 한 겨울의 새벽은 어두웠다. 방송 출연 당시 88년 생 서른 다섯. 22기 순자가 퇴근을 한다. 그녀는 22기 방송 당시 영호를 마음에 두었으나 10살, 6살 아들 둘을 키우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영호와 커플이 되지 못했다. 밤 8 시부터 새벽 6시까지 근무하는 스케줄, 하루에 3시간 30분에서 4시간을 자면서 분투 노력했던 순자의 일상은 나는솔로 출연 이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새벽 6시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이들을 위한 식사 마련과 설거지를 해야 한다. 7살 둘째 아들은 이불을 싸매고 부엌까지 와서 어리광을 부리면 순자는 아직 어린 아들을 끌어안아 다시 침대에 뉘인다. 11살 첫째 아들에게는 다소 엄한 엄마로 변한다. 설거지 하면서 영어 단어 공부 점검도 하고 아들이 제작진에게 인사했는지 안 했는지도 확인하며 아들에게 예절을 가르친다. 초코크러플과 달걀찜 아침을 만들어 주고 두 아들을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데려다 준다. 그녀는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잠을 포기하는 직업을 선택했고 이혼 후 지금까지 잠 못 자는 일상이 계속 되고 있다.
지금은 많이 행복
22기 순자가 사는 집은 깨끗한 아파트이다. 빌라에서 등하굣길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이곳으로 이사를 왔고 3년째 '은행 집'에서 자신의 집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첫째 아들은 피아노를 잘 쳐서 콩쿠르에 나가 상도 받았다. 아들은 3천 명 이상이 참가한 콩쿠르에서 학년 대상을 받았다. 순자는 그 사진을 자랑스럽게 벽에 붙여 놓았다. 평일과 주말에 자는 시간이 달라 순자는 의사의 처방을 받은 수면 유도제를 복용하면서 전쟁 같은 삶을 견디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행복하다.
순자 “방송 이전보다는 많이 행복해요. SNS 가 조금 큰 거 같은데 길 다니면 알아봐주는 분도 계시고 하니까 동굴 안에 갇혀 있다가 나온 느낌이랄까? 그 기분만으로도 많이 환기가 돼요.”
육아 전쟁
방송 출연 당시 늘 술을 마신 이유는 미용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원을 다니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생긴 습관이었고 당시에 서너 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 했는데 미용 학원 일정이 끝나도 잠을 못 자기는 마찬가지였다. 남는 시간을 육아에 더 투자하기 때문이다.
새벽 6시 퇴근 후, 오전 10시 30분이 되도록 그녀는 잠을 못 자고 다시 외출을 준비한다. 순자는 둘째 아이를 데리고 새로운 유치원에 등록하기 위해 이동했다. 7살은 학교 갈 준비를 하는 나이라 새로운 유치원으로 등원하는 첫날인데 둘째 아이는 낯선 공간과 처음 보는 친구들이라 엄마 따라 집에 가겠다고 투정을 시작했다. 순자는 집에 가서 자야 하는데...... 급기야 아이는 유치원을 나가서 집에 가겠다고 울기 시작했다. 순자는 '유치원 구경하자'는 말도 안 듣고 자신에게 안기는 아이가 안타깝다. 할 수 없이 순자는 잠을 포기하고 아이가 새로운 유치원에 적응하도록, 유치원을 떠나지 못 하고 둘째 아들이 유치원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함께 있어 준다. 밥 먹는 것도 지켜보고 유치원 친구들과 가까워질 때까지 수업도 참관했다. 7살이 되는 아들이 “엄마는 집에 잠깐 갔다 올 테니까 여기서 놀고 있어.”라는 말을 들은 척도 안 할 정도로 놀이에 정신이 팔리고 나서야 순자는 잠을 청하러 집으로 향했다.
밤에 출근하는 엄마
다시 밤이 찾아왔고 8시 15분 출근 전까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아이들에게 저녁 상을 차려주고 함께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었다. 식탁에 놓여 있는 나는SOLO 머그컵은 큰 아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컵인데 순자는 자신이 출연하는 방송을 미리 아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함께 시청했다.
순자 “근데 모든 사람들이 엄마를 다 예쁘게 보지만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엄마를 욕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네가 상처 받을 일은 없었으면 좋겠고(중략) 엄마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하는 글을 보든 내용을 보든 그걸로 네가 상처 안 받았으면 좋겠다고 미리 이야기를 하고 같이 봤어요.”
큰 아들은 그렇게 일찍 어른스러워졌다. 순자는 출근 전까지 35분 쪽잠을 청했다. 그러나 그 사이 작은 아들이 문에 손을 찧어 살짝 피가 비쳤고 울음 소리에 잠시도 온전한 잠을 자지 못 하고 깬다. 그러나 순자는 투정하고 우는 작은 아들에게 화 한 번 내지 않고 다독이며 엄마표 밴드를 붙여주고 출근 준비를 한다. 큰 아들은 엄마의 출근에 익숙하면서도 서운한 듯 공부하다 말고 문 앞에 나와 엄마를 안아주었다. 처음, 순자는 아이들만 두고 출근하는 불안함 때문에 홈캠을 설치하고 계속 켜놨지만 이제는 시간이 흘러 아이들을 믿고 있다. “지금은 괜찮고 외롭기만 해요.”라며 어둠 속 회사 건물로 들어갔다. 순자가 회사에 가고 아이들이 잠들기 전까지 큰 아들은 공부를 했고 그날의 공부를 마치면 동생의 공부를 봐주었다. 큰 아들의 바람은 ‘엄마가 아침에 출근하는 것'이다.
자상한 엄마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9시간 후, 다시 새벽 6시가 되었다. 순자가 퇴근한다. 오늘 근무는 "역대급으로 힘든 밤"이었다. 게다가 어제 2시간밖에 자지 못 해 순자는 피로가 많이 쌓였다. “들어가기 싫다.”를 반복하며 다시 전쟁터 같은 육아 출근을 시작했다. 잠자는 아이들을 확인하고 참치 치즈 주먹밥을 만들고, 겨우 씻고 머리를 말리는데 둘째 아들이 엄마를 찾는다. 바지에 쉬했다고 말하는 둘째 아들. 순자는 부드럽게 “괜찮아 빨면 돼.”라며 다독인다.
오늘은 9시에 아침 식사를 포함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외출을 해야 한다. 주말이지만 밀린 잠을 잘 시간은 없다. 오히려 잠도 미루고 아이들과 함께 요리 수업을 하러 가야 한다. 둘째 아들은 또 문에 머리를 찧어 크게 울지만 순자는 아들을 달래주고 차분히 양치까지 시켜준다. 두 아들을 태우고 차를 몰고 요리 수업하는 곳까지 도착하자 그제야 순자는 잠을 청한다. 1시간 30분 알람을 맞추고 안대를 한 후 차 안에서 자는 쪽잠이었다. 알람이 울리자 순자는 잠에 대한 미련을 냉정하게 끊고 일어나, 실습실로 가서 아이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모니터로 바라봤다.
그리고 눈물을 훔친다. 순자는 “너무 오랜만에 갑자기 회상이 돼가지고요.”라며 아이가 대견하게 성장하고 성취하는 모습이 좋아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세 가족은 그날 만든 케익 두개를 가져와서 2024년 12월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세 식구는 케익을 불기 전 소원을 말했다. 순자는 첫째에게 새해 메시지를 영상편지로 전했다. “엄마 혼자인 상태에서 엄마를 많이 도와주려고 해줬던….”여기까지 말하고 순자는 눈물이 앞을 가리고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사랑이 가득한 세 식구
순자 “눈물 버튼이구나. 큰 아들이…… 그냥 지쳐서 쓰러져서 누워 있는데 조용히 와서 이불을 덮어주더라고요.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엄마 말 잘 들어주고 오히려 응원해주고 그렇게 씩씩하고 밝은 모습 보여줘서 너무 고맙고. 오히려 그 모습을 보고 엄마가 더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을 했던 거 같아.”
그리고 지금처럼만 잘 커주기를 바라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기며 “지금처럼 귀엽게만 자라주면 좋겠어.”라며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큰 아들은 이불을 덮어주며 ‘엄마 힘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성숙하며 강했다. 엄마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아이는 “사랑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눈물을 닦아냈다. 11살 큰 아들은 벌써 엄마의 깊은 사랑과 투쟁을 알고 있었다. 둘째 아들은 “엄마는 착해요.”라며 천진하게 웃었고 엄마는 “고마워”라며 밝게 웃었다.
22기 순자는 25살에 아이를 낳고 결혼 생활 7년을 한 후 이혼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모두 그녀가 맡았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상투적인 말은 그녀에게 적당하지 않다. 22순자는 여자로서도, 어머니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