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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2 (목)

[사랑 OST] 25기 영수가 이야기하는 인간 존재의 의미 그리고 사랑, “지미 폰타나의 일몬도(Il Mondo)”

남녀가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는 과정은 한편의 영화이며 드라마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사랑을 다루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음악에 담으며 그 음악은 사랑에 빠진 이들의 시(詩)가 되어 흐릅니다.
영화와 드라마 속 '사랑 OST' 이야기는 사랑에 빠진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사랑의 의미를 되짚어 봅니다.
기사 내용 중 영화 <어바웃타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SOLO' 25기 영수가 '일몬도'를 선택한 이유

3월 12일에 방송된 ‘나는 SOLO’ 192회에서 25기 영수가 본인의 자기소개 마무리로 '일몬도(Il Mondo)'를 열창했다. 영수는 무슨 노래를 부를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고 그 중에서 '일몬도(Il Mondo)'의 노래 가사가 영수 자신의 상황과 비슷하다며 선택했다. 실제 방송에 나간 가사를 보면 '일몬도(Il Mondo)'는 흔한 사랑 노래 가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몬도(Il Mondo)'에는 깊은 철학적 배경이 담겨 있다.

 

아래는 “일몬도(Il Mondo)” 노래 가사이다.

 

No, Stanotte amore non ho più pensato a te

아니오 내 사랑, 오늘 밤은 당신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Ho aperto gli occhi per guardare intorno a me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어요

E intorno a me girava il mondo come sempre

제 주변에 세상이 변함없이 돌고 있어요

Gira, il mondo gira nello spazio senza fine

끝없는 우주에서 이 세상은 돌아가고 있어요

Con gli amori appena nati

막 피어난 사랑들과

Con gli amori già finiti

막 져버린 사랑들과

Con la gioia e col dolore della gente come me

기쁨과 고통을 느끼는 나 같은 사람들과 함께

Un mondo

세상이란

Soltanto adesso, io ti guardo

이제야 비로소 나는 당신을 바라봐요

Nel tuo silenzio io mi perdo

당신의 침묵 속에서 나는 길을 잃어요

E sono niente accanto a te

그리고 당신 옆에서는 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요

Il mondo

세상은

Non si é fermato mai un momento

단 한 순간도 멈춘 적이 없어요

La notte insegue sempre il giorno

밤은 항상 낮을 뒤쫓고

Ed il giorno verrà

그리고 낮이 올 거예요

 

지미 폰타나(1934 ~ 2013)의 '일몬도Il Mondo'는 1965년에 발표된 이탈리아 칸초네(이탈리어어로 ‘노래’)이다. 지미 폰타나 그리고 카를로 페스, 릴리 그레코가 작곡하였다. 이 노래는 1965년 '여름의 기록(Un disco per l'estate)' 음악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이탈리아 히트 퍼레이드에서 4주동안 1위를 차지하였다. 비교적 오래된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작품들 속에 활용되거나 여러 가수들이 리메이크하여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데는 두 가지 요소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출처: Il mondo in quattro canzoni degli anni ’60 – NULLA DIES SINE LINEA)

 

1. 지아코모 레오파르디의 비관주의 철학

첫 번째 “일몬도(Il Mondo)” 힘의 근원은 노랫말의 철학적 배경이다. '일몬도(Il Mondo)'는 우리말로 '세상, 우주'를 뜻한다. 노래 속의 주인공은 자신을 사랑이 태어나고 끝나는 공간인 '세상' 속 미미한 우주의 생물이라 생각한다. '일몬도(Il Mondo)'의 주인공은 '세상'에 직접 말을 걸며 자신의 무의미함을 느끼고 침묵 속에 빠져든다. 노래 가사 내용을 깊이 있게 살펴보면 단지 '세상'이라는 의미보다 더 나아가 '천체, 우주'라는 의미에 더욱 가깝다. 이러한 “Il Mondo” 가사의 철학은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지아코모 레오파르디(1789 ~ 1837)의 사상과 많이 닮아있다.

 

 

지아코모 레오파르디는 어렸을 적부터 종교와 경제에 대한 엄격한 규율이 자리잡은 가정에서 성장하였다. 이러한 환경을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과 지식에 대한 갈망으로 레오파르디는 철학적 비관주의(삶은 살 가치가 없고 존재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그리고 계몽주의 사상에 집착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포트병, 강직성 척추염을 앓았던 레오파르디에게 현실은 가혹하기만 했다. 이후 레오파르디는 수필가가 되어 인간 조건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바탕으로 비참한 인간사를 이야기하였다. 지미 폰타나는 이러한 사상을 근간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결합하여 작곡하였다.

 

사랑하는 사람, 연인의 존재는 '우주, 천체, 세상' 그 자체처럼 거대하고 무심하며, 나라는 존재는 그 앞에서 한 없이 먼지처럼 존재감이 없다는 것을 노래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침묵하는 것은 온 세상이 나에게 침묵하는 것이며 그 앞에서 길을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헌시로 이보다 더 애절한 표현이 있을 수 있을까 싶다. '일몬도'는 연인을 '우주'에 비유하고 있으니까. 

 

25기 영수는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했기 때문에 '일몬도(Il Mondo)'의 탄생 배경과 노랫말에 담긴 뜻을 알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영수는 사랑을 갈구하는 크고 애절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일몬도(Il Mondo)'를 선곡하고 열창한 것이다. 

 

2. 엔니오 모리코네가 편곡

'일몬도(Il Mondo)'의 두 번째 힘은 거장의 편곡이다. 이제 막 날개를 달고 날아 오르려는 신예 영화 음악감독이 이 노래의 탄생에 참여했다.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영화 음악의 전설 엔니오 모리코네(1928 ~ 2020)가 편곡에 참여한 것이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400개가 넘는 영화 음악과 100개 넘는 클래식 음악을 작곡한 거장이다. 그러나  '일몬도(Il Mondo)' 편곡에 참여했을 당시 그의 나이는 37세였고, 한해 전인 1964년에 제작된 '황야의 무법자' 메인 테마를 작곡하여 이제 막 이름을 알리던 신인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일몬도(Il Mondo)'는 모리코네의 편곡으로 영화 음악 같은 웅장함이 있고 실제로 많은 영화에서 OST로 여러번 사용되었다. 

 

OST가 된 '일몬도(Il Mondo)'

 

2013년 영화 <어바웃타임> 속 주인공들의 결혼식 장면에 '일몬도(Il Mondo)'가 삽입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영화 <어바웃타임>은 ‘시간 여행’을 키워드로 한 로맨스 코미디 영화이다. 어느날 주인공 팀 레이크(돔놀 글리슨 분)가 아버지로부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가문의 비밀을 전해 듣게 된다. 이후 변호사라는 꿈을 위해 런던으로 간 팀은 우연히 메리(레이첼 맥아담스 분)를 만나며 첫눈에 반한다. 팀은 그녀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마음을 얻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며 완벽한 타이밍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간 여행’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으며,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들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가치 있음을 팀은 깨닫게 된다. 이후 팀은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매일 특별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 <어바웃타임>외에도 영화 <몰리에르와 함께 자전거 타기>와 이탈리아 TV 미니 시리즈 <Il miracolo>라는 작품의 오프닝 타이틀에서도 이 곡이 사용되었다. 국내에는 기아 자동차의 ‘더 뉴 K8’ 광고에 사용되어 화제가 되었다. 

 

머나먼 우주 속 사랑을 찾는 우리

영화 <어바웃타임>의 감독 리처드 커티스는 인터뷰를 통해 '결혼식 장면의 OST로 '일몬도(Il Mondo)'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One of the things that makes me most happy about the film is the inclusion of the song called ’Il Mondo' by Jimmy Fontana in the wedding sequence and it's very odd I have been obsessed by this particular song since 1965. (중략) I've been pushing for ’Il Mondo' all my life and then I had this idea of doing this rain filled wedding and I thought how can we make it splended and grand and at last I thought well here's the moment for ’Il Mondo'."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기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결혼식 장면에 지미 폰타나의 ’Il Mondo'라는 곡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참 이상한 일이지만, 나는 1965년부터 이 노래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중략) 나는 평생 ’Il Mondo'를 내 작품 속에 넣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빗속에서 펼쳐지는 결혼식 장면을 구상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이 장면을 더 웅장하고 장엄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Il Mondo'를 사용할 순간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2013년 리처드 커티스 인터뷰 https://youtu.be/98MmsBTb-1Y?si=k4HkQU6OQ107zBR5

 

 

이제 25기 영수의 노래를 다시 들어보자. 아마도 레오파르디의 비관주의 철학과 사랑이 결합된 깊이 있는 노랫말과 이제 막 창공을 향해 뻗어 올라가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힘이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