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OST] “무빙” 13화 장주원의 장례식 오열 씬. "쇼팽의 즉흥환상곡 4번”

  • 등록 2024.12.24 18: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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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는 과정은 한편의 영화이며 드라마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사랑을 다루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음악에 담으며 그 음악은 사랑에 빠진 이들의 시(詩)가 되어 흐릅니다.
영화와 드라마 속 “사랑OST” 이야기는 사랑에 빠진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사랑의 의미를 되짚어 봅니다.
기사 내용 중 무빙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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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 다른 K히어로 물

K 드라마가 세상을 평정하고 있다는 말이 허황된 과장이 아님을 증명하는 드라마가 있다. 2023년 8월 9일 ~ 2023년 9월 20일에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한 강풀 원작, 강풀 극본, 박인제 박윤서 감독의 무빙이다. 무빙은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양동근, 김신록, 박희순 등 초호화 배역에 드라마가 강한, 전세계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액션 히어로 물이다. 수천억 원을 형편 없는 줄거리와 납득하기 어려운 캐릭터와 CG에 때려 붓는 요즈음의 미국식 히어로 물과 비교 불가의 어른스러움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한 편 한 편이 영화로 개봉해도 될 정도의 완성도를 갖고 있다. 강렬한 드라마, 삶, 끈적한 연기가 살아 숨쉬는 무빙은 그래서 공개 당시부터 화제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종합 화제성 1위가 되었으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디즈니 플러스 최다 시청 시간 기록을 갈아치웠다.

 

1년 후 안방에서 무료로 방영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달아나게 한다는 말처럼 ‘무빙’은 12월 22일 일요일부터 MBC를 통해 다시 방송되고 있는데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무빙’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기준 5.1%, 광고 관계자들의 핵심 지표인 2049 시청률은 2.3%를 달성하면서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 중 시청률 상위권에 안착했다. 무빙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인데 무빙은 지금 연애를 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하는 명장면도 넘친다. 특히 극중 장주원(류승룡 분)과 황지희(곽선영 분)의 사랑 서사가 그 중 백미로 꼽힌다.

 

마음을 치료해 주었던 아내의 사망

X맨의 울버린 같은 재생 능력을 갖춘 특수요원 구룡포 장주원은 길을 찾지 못하는 길치다. 때려부수고, 다치고, 다시 재생되는 능력을 갖추었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장애인이나 다름없다. 마음은 망가져서 치료되지 않았다. 그런 그가 황지희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너덜너덜 해진 하류 인생 황지희. 그녀는 겉으로만 재생된 것처럼  멀쩡할 뿐, 수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이런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에게 '쓸모'가 되어 결혼한다.

 

두 번의 즉흥환상곡-찬란하게 아름답고 슬픈 삶

당신이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사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풀 작가가 아름다운 화면과 함께 우리에게 질문하는 듯한, 다시 만난 두사람의 다방 씬에서 쇼팽의 아름다운 즉흥 환상곡이 흘러나온다. 저 거지같은 하류 인생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쇼팽의 즉흥 환상곡은 낮은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밝은 햇살과 함께  흐른다.

 

 

삶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똑같은 음악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그 쇼팽이 인생 최악의 상황에서 다시 흘러나온다. 장주원이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는 장면이다. 그토록 바라던 아이도 낳고 막 행복의 절정에 서려던 순간, 삶은 허망한 꿈처럼 무너진다. 류승룡 배우 최고의 명연기로 평가받는 이 장면은 인생의 양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신의 가장 소중한 사랑이 가장 잔인한 슬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슴을 찢어 놓는 슬픔을 전달하는 류 배우의 표정과 울음은 과장돼 보이지 않는다. 웬만한 배우는 이 장면을 연기했을 때 자칫 과장돼 보였을 것이다. 처절한 삶의 고통을 겪지 않고는 보여줄 없는, 표현하기에 너무도 어려운 장면이기 때문이다. 류 배우는 장주원 그 자신이 되어 울부짖었다. 아마도 류 배우는 이 장면 촬영 전후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 속에서 헤어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진혼곡이 된 쇼팽의 즉흥환상곡 Op. 66

병원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그는 울부짖는다. 그 울음은 쇼팽의 선율을 타고 우리의 마음을 파고든다. 이 와중에 길치인 그는 아내의 장례식장을 찾지 못해 복도를 방황하여 우리의 가슴을 더 미어지게 한다. 복도를 걸어 오는 내내 울부짖고 상복을 갈아입으며 통곡한다. 보는 이는 슬픔이 밀려오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하고, 지금 달려가 못다한 고백을 하고 싶게 할 정도로 처절하다. 꿈처럼 지나가는 행복의 순간, 덧없음, 지옥 그 이상의 고통을 주는 슬픔 속에서 극 중 장주원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죽어가는 짐승처럼 소리내어 우는 일 뿐이다.

 

음악 감독이 이 부분에서 피아노 원곡을 쓰지 않고 편곡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OST는 아주 느리게, 그리고 담담하게 심연을 울리는 베이스와 마음을 하나 하나 뜯어 내는 듯한 스트링으로 편곡되어 장례식장을 조용히 위로하는 레퀴엠으로 재탄생된다. 쇼팽의 즉흥 환상곡을 레퀴엠(진혼곡)으로 쓰다니... 아마도 전세계 모든 영화를 통틀어 이보다 더 강렬한 쇼팽의 즉흥 환상곡 OST는 없을 것이다.

 

장주원은 텅빈 장례식장의 영정 사진 앞으로 걸어나가 밝게 웃는 사진 속 아내를 향해 말한다. 음악과 함께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말을.

 

"나 왔어.

걱정마.

희수 내가 잘 키울게."

 

원곡 듣기 Dmitry Shishkin – Fantasy-impromptu in C sharp minor Op. 66  2:15부터가 장주원의 장례식 테마곡 부분임

이민정 기자 stoneok@solonar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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